서브프라임(subprime)이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 즉,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을 줄인 말로, 미국 금융기관이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미국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차입자의 신용도와 부채 규모, 담보 능력 등에 따라 프라임(우량), 알트에이(Alt-A·보통), 서브프라임(비우량)의 세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서브프라임은 이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2003년까지만 해도 예금은행(상업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을 별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주택 장만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저소득층들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예금은행들도 서브프라임 대출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0년 560억 달러에 불과하던 서브프라임 대출이 2005년 5,080억 달러, 2006년 4,830억 달러로 급증했다. 또 전체 주택저당대출 중 서브프라임의 비중이 2006년 말 기준으로 13%에 달한다.
예금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자산담보부증권)라는 신종 금융 수단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는 차입자의 채무불은행 위험을 은행이 부담하지 않고 대신 시장에 떠넘길 수 있다.
서브프라임은 미국의 경제가 좋았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가 흔들거리고 주택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촉발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서브프라임을 취급했던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채권을 보증했던 미국의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monoline)들도 연쇄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서 세계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긴장하고 있다.
채권보증회사란 기업이나 지방정부 등 채권발행기관으로부터 보증료를 받고 채권 지불을 보증해 주는 업체로 금융채권 보증 업무만 한다고 해서 '모노라인'이라고 불린다. 만일 모노라인업계가 무너질 경우 이들이 보증한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고, 이것이 한국 증시를 포함한 주요국 증시에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미국 4위의 채권보증회사 FGIC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3'로 한꺼번에 여섯 단계를 강등시켰다. 무디스는 "FGIC가 최근 자본을 확충했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엔 40억 달러가 모자란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FGIC의 신용 등급 강등에다, "금융시장 여건이 앞으로 더 경색될 수 있다"는 벤 버냉키(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겹치면서 전날보다 175.26포인트(1.40%) 급락한 1만2376.98포인트로 마감했다.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업계 2위인 암박의 신용등급이 'AAA'(트리플에이)에서 'AA'(더블에이)로 두 단계 하락한 바 있다. 업계 1위인 MBIA의 신용등급 전망도 최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엘리엇 스피처(Spitzer) 뉴욕 주지사는 "채권보증회사들은 앞으로 3~5일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이 기간 내에 자금 수혈을 못하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노라인(monoline)들은 1998년부터 수익률이 높은 신용파생상품과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 보증을 해줬다가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작년 초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출발한 미국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넘었지만 부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부실 규모는 자고 나면 커지는 양상이다. 모노라인(monoline)이 최근 수년간 금융회사의 각종 파생금융상품 보증업무에까지 손을 댄 것이 문제이다.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모노라인으로부터 신용파산 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라는 파생금융상품을 사는 형식으로 보험을 든 셈이었다. 은행의 경우 이렇게 보험을 든 규모가 125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모노라인이 물어줘야 할 돈이 늘어나 자금난에 빠지고, 신용평가회사들이 모노라인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 회사들이 보증한 채권들의 신용등급도 함께 하향 조정되면서 자산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이들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들도 추가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CDS를 기초자산으로 다른 파생금융상품들이 다시 연쇄적으로 만들어져 팔렸기 때문에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원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금융혁신이 지적된다. 즉 유동성이 풍부해져서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 금융기관들은 수익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게 되며, 바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혁신이 일어난다. 그런데 금융혁신이란 곧 위험을 새로운 방법으로 처리하는 금융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혁신이 일어나면 금융 산업에는 새로운 수익의 기회가 창출되고, 시간이 갈수록 시장은 잠재적으로 과열돼 간다. 그런데도 위험은 상당 기간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나 금융기관은 낙관론에 젖게 되는데 이럴 때 새로운 금융위기는 싹트는 것이다.
지금 세계금융시장에서 분명한 현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불똥이 모노라인으로 튀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조기에 진화시키지 못한다면 세계금융시장에는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