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장기투자 하라고 한다. 필자도 물론 이에 동의한다. 장기투자하면 일단 단기매매로 인한 수수료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또 단기투자보다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도 많다. 이익이 나면서 몇 년 동안 보유하면 복리의 효과도 크다. 매매타이밍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장기투자는 막연히 길게 가져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장기투자에는 자신만의 원칙, 그리고 투자에 대한 판단기준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자신의 원칙과 기준이 없는 장기투자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의 기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평소 주식 단타를 많이 했던 사람은 1년 정도이면 장기투자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3년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10년 이상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장기투자의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그 대응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기간의 관념이 없는 장기투자는 무의미하다.
예컨대 1년 투자하는 것이 장기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기적인 폭락에 빨리 손절매하고 다시 기회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3년이나 10년 정도 투자해야 장기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폭락시에 오히려 저점분할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1년을 장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기적인 대응이 중요하지만, 3년 또는 10년을 장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기적인 대응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투자를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잡느냐에 따라 시장의 급변에 대한 대응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투자상품에 따라 장기투자의 명암은 크게 달라진다. 이는 장기투자가 모든 경우에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실패한 개인투자자의 많은 사람이 별로 좋지 않은 투자처에 투자했다가 무작정 장기투자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재무구조가 별로 좋지 않은 주식에 투자했다가 원금이 크게 손실나자 원금 될 때까지 팔지 않겠다고 장기로 보유하는 경우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주식 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주식에서 손실이 크게 나자 장기투자로 일관하는 것은 의미 없는 대응이다. 오히려 원금이라도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손실만 더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잘 아는 주식, 우량주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손실이 나더라도 대응하기 쉽고, 장기투자시 수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의 기간을 1년으로 잡는 사람일수록 몰빵의 우를 범하기 쉽고, 3년 이상으로 잡는 사람일수록 분할투자의 관점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진정한 장기투자는 무작정 장기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투자의 마인드' 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자신의 목표금액과 관계가 있다. 예컨대 현재 1억이 있는데 3년 후 내집마련을 위하여 1억5천만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재무목표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3년 동안 50%의 수익을 내야한다. 그래서 3년 동안 펀드에 투자한다고 마음먹고 장기투자했는데 시장을 잘 만나 1년 만에 50%수익을 달성하여 1년만에 차익실현 하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장기투자자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장기투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투자했는데 목표수익이 빨리 달성되었을 뿐이다.
한편 어떤 주식을 3년간 보유하기로 마음먹고 1억을 투자했는데 20% 손실나면 팔아버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3개월 후 주가 급락으로 20% 손실나서 손절매하였다면 이 사람은 장기투자자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 사람은 산술적인 장기투자는 못했지만 장기투자의 마인드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원칙과 기준에 맞지 않아 1보 후퇴한 것뿐이다.
시장의 흐름과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투자상품을 선택하여 장기투자 해야 한다. 장기투자로 목표수익을 달성하는 것은 단지 기간만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원칙과 기준에 맞는 수익과 위험에 대한 대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장기투자 하라는 것은 반드시 기간이 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무조건 단기투자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장기투자하면 수익이 커진다는 확신보다 변화무쌍한 시장에 대한 자신만의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대응이란 바로 자신의 원칙과 기준에 맞는 손절매와 추가 분할투자다.
장기투자의 마인드를 가지되 고려해야 할 만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잘못된 투자'는 손절매하라. 잘못된 투자는 자신의 투자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투자로 손해가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자신이 감수할 수 있는 손실을 초과한 주식은 과감히 손절매하고 다른 종목 또는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게 낫다. 그리고 설령 손절매한 종목이 다음 날 상한가를 치더라도 배 아파 할 필요 없다. 손절매 후 그 종목이 올랐다고 후회하여 그 종목을 잡게 되면 또다시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자기 원칙과 기준을 지켰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그리하면 향후 성공가능성이 더 높다.
둘째, '잘된 투자'는 계속 유지하라. 잘된 투자란 단지 수익이 높은 투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원칙과 기준에 맞는 투자다. 자신의 투자원칙과 기준에 맞는 투자는 계속 유지하고, 여유자금이 생기면 추가투자 하면서 장기로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문가가 혹은 지인이 대박상품이라고 찍어주는 것에 투자한다고 '잘된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투자기준을 세워 투자하는 것이다. 장기투자가 의미 있으려면 단지 기간만 길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기준을 세워 길게 가져가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송영욱 새빛에듀넷 이사 / 블로그 http://blog.daum.net/putc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