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신문 경제면에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기사들이 있다. '직장인 5년 내 1억 만들기', '맞벌이 부부 3년 내 1억 만들기', '사회초년생 1억 만들기' 등...하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액수를 목표로 세우면 안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말 1억을 정말 모았을 경우, 1억이 고스란히 재투자 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참 신기하게도 수중에 목돈이 있으면 꼭 돈 쓸 일이 생긴다. 차가 잘 굴러가다가 갑자기 퍼지질 않나. 평소에 연락도 없던 형님, 시누이가 급전을 요구하질 않나. 친구가 좋은 주식 있다고 같이 투자하자고 권유하질 않나...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평소에는 수중에 돈이 없었기 때문에 들려도 애초부터 귀담아 듣지 않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수중에 목돈이 생기면서 과거와는 달리 이따금씩 머리 속에 맴도는 '나에겐 지금 1억이 있다' 라는 생각이 '난 돈이 많은 사람이야.' 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는, 이처럼 잠시 느슨해진 마음을 틈타 여기 저기서 찾아온 유혹들에 쉽게 넘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사실은 위 논거는 단순히 필자의 '생각' 이 아닌 실제 고객들과 상담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꼭 1억이라는 거금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매월 100만원씩 열심히 적금을 부었는데 1년 뒤 만기금을 타서 고스란히 재투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만기금을 쓰기는 썼는데 어디에 썼는지 제대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 역시 거의 없었다. 즉, 들고 있다가 여기 저기로 새어 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현명하기 때문에 1억을 모으더라도 이렇게 쓸 데 없는데 안 쓸 자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정말 독한 사람이 아닌 바에야, 1억원이 고스란히 재투자 되기는 힘들다. 사람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면 시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1억을 모았으면 최소한 가족끼리 좋은 곳에서 외식이라도 한번 해주는 것이 상례다. 물론 이것은 매우 작은 부분일 수도 있겠다.
결국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구체적인 '액수' 를 목표로 하지 말고 목돈이 들어가는 인생의 이벤트를 '목표' 로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위처럼 주변의 유혹이 와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이겨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를 바꾸면 내 결혼자금이 반 이상 줄어 드는데 어떻게 할까?'. '형님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돈은 우리 애기 교육자금이라 빌려줄 수 없겠다.', '우리 부부 노후자금 가지고 듣도 보도 못한 주식에 투자하기는 싫은데…'
1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돈에 환장하고 싶은 이유는 결국 행복해 지고 싶어 환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1억, 3억, 10억이 아니다. '너무 모자라지 않는 결혼', '좋은 내집 마련',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 등을 목표로해 각각에 맞는 액수를 마련하기 위해 끊임 없이 저축-투자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돈' 에 대한 마인드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구체적인 액수를 목표로 하면 1억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해의식을 가질 확률이 높다.
'한 달에 꼴랑 20만원 저축해서 언제 1억 만드나. 젠장. 뭐 대박날 만한 것 없을까?'
모든 사람이 똑같이 풍요로운 미래를 가져갈 순 없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에 맞는 행복한 미래를 가져갈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미래와 본인의 능력 사이에서 적정선을 맞추고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억이라는 숫자는 그냥 지나가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당신은 행복해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