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내집마련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다면 작년 가을을 기억할 것이다. 팔겠다는 사람들은 매물을 거두고 있는데 실수요자들이 매수 주문을 무더기로 던지면서 강남, 목동 등의 인기 지역뿐만 아니라 그 동안 천대 받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비인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폭등했던 사실 말이다. 하지만 올 가을 그리고 지금, 부동산 시장은 정말 한산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돈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집값 하락 얘기 자꾸 해 봐야 좋아할 사람도 없어 기자들에겐 별 기사 거리도 안 되고, 이미 펀드와 주식에 넘겨 준 경제면 헤드라인을 다시 거둬들이기에는 힘이 많이 부쳐 보인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부동산을 다시 이슈화시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던 '파주 신도시' 가 그 기대를 저버린 것. 전체 중 20% 가까이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실제 파주신도시의 분양가격은 전용면적 기준 60㎡이하가 800만 원대, 65~80㎡, 이하가 900만 원대 중후반, 그리고 85㎡ 초과 중대형이 1,100만 원에서 책정됐다. 이는 확실히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작년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보다 무려 200만 원 가량 싼 분양가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른 물건은 몰라도 파주신도시 만큼은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즉, 이 파주 신도시는 올해만 아니었으면 경쟁률이 최소 십대 일은 넘었을 분양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악재를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기본적으로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본인 청약 가점 계산도 어렵고, 민영분양물량 전매제한, 재당첨 금지 강화로 인해 수요자는 청약통장 사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마당인데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 회피용으로 12월에만 4만 가구가 밀려있다. 게다가 부동산은 종부세 인상, 양도세 중과세 세금 폭탄 및 소득기반 대출규제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작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버블세븐 지역 및 재건축 아파트가 급락을 면치 못한데 반해, 증시호재로 재테크 헤게모니를 주식 및 펀드시장에 그대로 넘겨주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숲은 보되 나무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는 것이 불변의 진리다. 주식도 폭락장에서 상한가를 치는 종목이 있듯이 항상 혼란 속에 기회가 존재 하기 마련이다.
현재 이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서울 강북 등 비 강남권 중소형 아파트는 현재 대형 아파트의 3.3㎡당 시세를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호가가 아닌 실제 거래도 잘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한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 내년 주택구입 계획이 있는 수요자 중 중소형 주택 구입 희망자가 76%를 차지하고 있어 중소형 강세 현상은 2008년에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결국 투자 목적이 아닌 실 거주 수요자 입장이라면 지금이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실물 자산이기 때문에 거품이 없다면 미래 가치 하락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리한 대출은 당연히 금기사항이지만 자금여력만 된다면 이번 대선주자들이 표방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잘 들여다보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미래의 부를 쌓아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분양가 상한제란?
정부가 민간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가 산정에 직접 개입하여 분양가를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기본형 건축비 등으로 산정하는 제도로 택지·건축비 원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원가연동제라 불리기도 한다. 도입 취지는 민간건설업체들이 신규 아파트 공급 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하여 그 영향으로 주변 집값이 오르고, 그로 인해 다시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올라가는 악순환을 막자는 것이나 아파트 품질 저하 등의 문제점 이 지적되고 있다. 참고로 이 제도는 1989년 처음 실시되었다가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 조치에 따라 사라진 후,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판교신도시에 적용 후, 공공택지에 한해 시행하다가 올해 9월부터 민영택지에도 확대하여 전면적으로 실시 하고 있다.